이제는 바로 잡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운영위원 김정희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이 말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잘못된 과거를 잊거나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이며, 타국이 저지른 것뿐만 아니라 자국의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 경계의 뜻도 함께 담은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주로 타국, 특히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부분에 주력으로 사용된다.
요즘 한창 외교 문제가 화두이다. 전 정부와는 판이한 대일 외교 정책을 보며, 굴욕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권에서 입씨름이 대단하다. 게다가 얼마 전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센(?) 발언을 봐도 중국에는 등을 지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모양새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역사가 아무리 승자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관이라든지, 역사관이 바뀌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 서글프다.
나의 부모님은 친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말을 많이 아셔서 그 이유를 여쭤보게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쌍둥이며, 늦은 순서로 태어남에 따라 동생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성장한 이후 일제 강점 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패망 직전이라 징용 기간이 1년 남짓 안에 돌아왔다고는 하셨지만, 할아버지는 그때의 징용이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사후에 한창 징용 배상금 신청에 대해 아버지 형제들끼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할아버지는 쌍둥이였는데 그때 당시 징용에 끌려갔던 기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입증이 어려웠고 게다가 나중에 징용에 대한 기록을 찾았을 때 우리 할아버지가 아닌 쌍둥이 형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더더욱 입증이 어려웠었다.
나중에 어렴풋이 들은 바로는 배상금 산정은 그 당시 환율과 일당, 징용 기간으로 계산하였고, 그 금액이 60여만 원에 불과했었다고 했으며, 아버지 형제가 7남 1녀인 관계로 누가 받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때 아버지 형제들끼리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피해자가 자료를 찾아 입증해야 보상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할아버지가 그 고생하고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이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가에 대한 한탄이었다.
우리 할아버지의 징용 스토리는 더 있지만 여기서 생략하고 다시 본론에 들어와서 어렸을 적부터 스포츠 경기는 어떤 경기보다 한일전의 경기가 제일 뜨거웠고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일본선수, 일본과의 경기는 이겨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살아왔다.
한국 역사에서 일본의 핍박과 침략, 일본통치의 시대가 끝난 지 이제 한 세기도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청산되지 않는 과거사 때문에 좌우가 나뉘어 서로 으르렁거리고
좌파니 우파니, 빨갱이니, 공산당이니 하면서 상대편 흠집 내기에 바쁘다, 그래서 아직도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97년 대학생 유럽 배낭여행 시절,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곳에서 그 장벽의 돌을 파는 상인들을 보면서 쉽게 무너진 장벽, 그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그 돌을 파는 사람들을 보며, “통일이 이렇게 쉬운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잠시 들렀던 독일을 지난겨울에 다시 가게 되었다.
지난해 독일의 첫 여행지는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뉘른베르크라는 도시였다. 그곳은 히틀러가 몹시 사랑한 도시였고, 나치 전범 재판까지 열렸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독일 VS 일본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좀 더 철이 들고 나니 역사가 다시 보였다.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일본의 과거사 청산이 너무 비교되었다.
독일과 일본은 제1,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두 나라는 패망하고 그 이후 다른 행보를 한다. 독일은 사죄하고 일본은 망각하고..
독일의 유명한 앙겔라마르켈 총리는 2차 세계 대전 발발 70주년에 무릎을 꿇으며, 나치독일의 만행을 사과하고,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었고 앞을 보며 미래를 구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나치전범청산본부를 두어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생존해있는 전범들을 추적 중이다.
그들은 후세대들, 즉 젊은 세대들이 나치의 지난 행적들과 나치 피해자들을 망각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독일어라서 잘 해석도 안 되긴 하였지만, 나치 관련 장소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잊지 말자.” 피해자 입장에서 기록된 내용들이 종종 보이곤 했다. 독일어(영어)해석 어플로 보면서 연신 감탄하며,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해 형벌의 무게를 무겁게 짋어지고 청산하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반면, 일본은 같은 전범국임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에 고취된 것인지 반성의 모습이 독일과는 판이하다. 독도 분쟁, 위안부, 식민 지배 그들의 조상이 저지른 악랄한 만행들에 대해 적어도 부끄러움은 느껴야 하는데 A급 전범 합사 야스쿠니신사에 참배 가고 공물 봉납하는 것은 단골이고, 이번 총리 방한에도 과거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그들의 과거가 부끄럽고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피해자가 나태하면 가해자는 범죄를 잊는다. 가해자의 참회 없이 피해자의 용서를 기대할 수 없다“
제발 정신 차리자.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하며 그렇게 사과받고 싶어 하던 많은 위안부할머니들께서 별세하셨고, 생존해있는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는 계속 반복되고 국민의 갈등만을 조장할 것이다.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가? 소원한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확실히 정리하고부터가 실질적인 외교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