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민비의 친일 역사를 보며 지금의 친일을 경계하다

-민비와 동학 그리고 일본-

“일본 공사관님

우리 나라 사태가 날로 위급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내외 적들의 세력이 매우 커져서 왕궁 안팎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존망은 한 줄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일본 정부에 군대를 파견하여 왕궁의 안전을 도모해 주시고, 일본 정부와 우리나라가 함께 적들의 침략에 맞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의 존망을 지킬 수 있고, 일본 정부의 이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경상 을미 9월 29일

왕비 민씨”

(원문)

“日本公使館 殿

我國事態日益危急 現在我國內外敵人之勢力甚大 王宮之內外亦不得安寧 我國之存亡繫於一線 故特請日本政府派遣軍隊來保護王宮之安全 並請日本政府與我國共同對抗敵人之侵略 如此則我國之存亡可保 日本政府之利益亦可得 此乃我國之至誠之請求也

敬上

乙未九月廿九日

王妃 閔氏”

위의 서신은 을미사변이 일어나기 전 1895년 9월 29일에 민비(나중에 인현왕후로 불림)가 일본에게 보낸 서신이다.

당시 조선은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일본에게 개항하고 국권을 포기한 이후, 일본은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 또한 청나라와 러시아도 조선을 자신들의 이익권으로 보고 개입하려 했다. 이러한 외세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일부 개화파 인사들은 근대화와 개혁을 주장하였으나, 대부분의 양반들과 왕실은 보수적이고 비동맹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내부적으로는 양반들은 농민들에게 과세와 부역을 가중하고, 자신들은 권력과 부를 독점하였다. 농민들은 가뭄, 홍수, 기근 등으로 고통받으면서 양반들의 부패와 탐욕에 시달렸다. 또한 양반들 사이에서도 세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왕비인 민비가 속한 민씨세력과 그를 반대하는 대원군 세력이 대립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들의 새로운 종교 운동이 생겨났다. 동학은 1860년대 초에 최재우가 창시한 것으로, 천주교와 도교, 유교, 불교 등을 혼합하여 인간 평등과 자주독립을 주장하는 학설이었다. 동학은 양반들의 탐욕과 외세의 침략에 항거하는 농민들에게 큰 매력을 끼쳤다. 동학은 1892년부터 전국적인 농민봉기를 일으켰으며, 1894년에는 동학농민운동이 전라도와 충청도로 확산되었다.

민비는 1866년에 고종의 왕비로 간택되었으며, 그 후에는 조선의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는데 외척세력을 확대하고 매관매직을 통해 국고를 탕진하였으며, 개화파와 갑신정변을 반대하였다. 민비와 조정은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개혁과 변화에 힘을 쓰기보다는 청나라와 일본의 힘을 빌려 동학과 백성들을 짓밟으며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외세에 의존하다보니 그들의 야욕이 드러나 청일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민비는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여 조선의 국권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민비와 고종은 일본의 침략이 노골화되자 이번에는 러시아 외세에 의존하여 조선의 독립을 지키려고 하였다. 이러한 민비의 행동은 일본의 불만을 샀고, 1895년 10월 8일 궁궐에 침입한 일본 낭인들에게 민비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능욕 살해당하는 을미사변이 발생한다(사후 대한제국이 성립되면서 명성황후로 추봉되었다-필자는 관심없음). 아이러니하게도 민비는 1895년 9월 29일에 일본에 구원요청 서신을 보내고 열흘 만에 1895년 10월 8일 일본에 의해 살해당한다.

동학농민운동은 전주 이남 전라도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관 거버넌스(? 글쓴이 생각)인 집강소를 차리고 새로운 통치를 이루어내는 듯했으나 민비의 살해 소식에 분개하여 동학농민군은 일본에 굴욕당한 조정을 구하기 위해 다시 집결하여 한양을 향한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에서 모인 2만여 명의 동학농민군은 조선 정부 3,400여 명의 관군과 200여 명의 일본군 연합군에 맞서 싸운다. 그러나 농민군은 화승총과 죽창을 사용하는 등 무기와 전술의 열세로 최신식의 소총과 기관총을 갖춘 연합군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한다. 동학 우금티 전투는 동학 농민 운동의 최종적인 패배를 의미하였으며, 조선의 국권과 자주권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의 발판이 되었다.

자신들의 부패 파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청나라, 일본, 러시아의 세력을 끌어드린 조선의 민비와 고종. 혁신을 주장하는 백성들을 탄압하고 없애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가 오히려 그 일본에 의해 치욕의 살해를 당하고 나라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처음 잘못 선택한 결정이 열강의 먹잇감이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그 역사는 그냥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의 틈새에서 역사와 가치에 무식하고 오만한 수구 적폐 세력 정권이 130여 년 전 조정의 그 짓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혁신보다는 외세에 의존하여 정권을 유지하려는, 못된 토착 왜구들의 부패와 독선의 정치가 나라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자신의 무능과 무식을 감추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는 끊임없이 외부에 의존하고 전쟁마저 도구로 사용하여 한반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강대국들의 전쟁에 우리나라를 내어주거나 앞잡이로 나서는 둥 그들에게 아부하고 매달리며 권력을 유지하려 몸부림치지만, 거꾸로 외세에 조롱과 웃음거리가 되는 현상은 민비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

나를 포함한 먹고 살기에 힘든 민생들이여 정신 차리고 역사의 소리를 듣자. 동학의 소리는 아직 우리 속에 살아있고 더 늦기 전에 이 나라를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는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의식이 달라진다. 그 의식이 나라와 사회의 바른 선택을 만들어 준다. 다양성을 품는 것이 이 시대의 덕목이라지만 역사는 때로 칼끝 같은 선택을 요구한다. 나는 기꺼이 이쪽을 선택하며 살고 싶다.